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라는 통합된 세계 안에서 여러 페이즈의 이야기를 전개하고 그 영역을 확장하며 거대 IP로 성공적인 결합을 보여준 마블. 하지만 마블과 견줄만한 다양한 슈퍼 히어로와 빌런, 수많은 이야기를 가진 DC의 확장은 오롯이 성공이라고 보기에는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제임스 건과 피터 사프란이 이끄는 DC 스튜디오가 1일, 마침내 새로운 계획과 함께 DC의 이야기를 완전히 재조립한다. 새로운 DC 유니버스는 단순히 영화만이 아니라 TV 시리즈, 애니메이션, 그리고 게임까지 통합하는 연속성 있는 세계관을 목표로 한다.
플래시로 리셋, DC 확장 유니버스와 DC 유니버스
지난 2022년 공식적으로 DC 스튜디오 CEO가 된 제임스 건과 피터 사프란의 계획은 에즈라 밀러 주연의 플래시 영화, ‘더 플래시’를 통해 모든 이야기를 재설정하고 이후 통합된 이야기 전달이다.
영화 ‘더 플래시’는 코믹스 ‘플래시포인트’를 각색 원안에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원안 코믹스인 ‘플래시포인트’는 플래시가 스피드포스를 활용해 시간을 조작, 자신의 어머니를 살리고자 했고 이를 통해 시간축이 뒤틀리며 거대한 시간 오류와 스피드포스의 위험성이 함께 드러난 작품이다. 특히 거대한 세계관을 정리하는 리런치 이벤트인 뉴52의 시발점이 되기도 했다.
즉, DC 코믹스 리런치를 이끈 ‘플래시포인트’를 활용한 영화가 DC 확장 유니버스를 마무리짓고 새로운 DC 유니버스를 구축하는 출발점이 되는 셈이다.
다만, 이미 제작 중인 타이틀 역시 남아있어 이들이 새로운 DC 유니버스 안에서 어떻게 구성될지도 의문인 상황. 제임스 건은 이미 개봉된 블랙 아담 이후 가장 먼저 공개를 앞둔 ‘샤잠! 신들의 분노’는 영화 ‘더 플래시’와 이어지는 이야기로 ‘더 플래시’에서 마무리되는 DC 확장 유니버스 안에서 그려진다.
‘더 플래시’ 이후 공개가 예정되어 있던 ‘블루 비틀’은 DC 확장 유니버스와 직접 연계가 없었던 만큼 DC 유니버스의 출발로 큰 무리가 없이 담길 수 있다.
반대로 아쿠아맨의 새 영화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의 경우 후반 작업이 진행 중이고 주연인 제이슨 모모아를 비롯해 DC 확장 유니버스의 배우들이 다수 등장하게 된다. 제임스 건은 이에 아쿠아맨은 DC 유니버스의 일부로 다음 타이틀인 슈퍼맨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구성하는 아만다 월러 주연의 TV 시리즈 역시 기존 배우인 비올라 데이비스가 역할을 이어간다.
DC 유니버스가 ‘더 플래시’를 통해 완벽히 새로 구축되는 리부트 형태로 볼 수 있지만, 일종의 리런치, 혹은 소프트 리부트 형태의 구축 역시 동시에 이루어짐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관해 DC 스튜디오는 일부는 과거의 배우가 출연하고, 또 새로운 배우가 쓰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리셋이라는 표현을 활용하기도 했다.
확실한 건 ‘블루비틀’을 시작으로 DC 유니버스의 첫 챕터(마블의 페이즈 개념)가 시작되고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 다음 작품을 시작으로 모든 인물과 이야기가 연결되고 통일될 예정이다.
슈퍼맨으로 시작, DC 유니버스 챕터1 신들과 괴물들
2023년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 이후로 선보일 DC 유니버스 첫 작품은 영화 ‘슈퍼맨: 레거시’다. 2025년 7월 개봉하는 작품은 헨리 카빌 이후 새로운 배우로 시작되는 슈퍼맨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후에는 1999년 처음 시작한 동명의 코믹스를 기반으로 하는 영화 ‘더 어소리티’가 개봉된다.
아만다 월러를 주연으로 ‘월러’는 HBO 맥스 오리지널 타이틀로 팀 피스메이커의 이야기를 다룰 예정이다. 늑대인간, 프랑켄슈타인의 인조 괴물, 뱀파이어 등 괴물들의 팀업을 다룬 코믹스 원작 ‘크리처 코만도스’는 애니메이션으로 선보이게 된다.
2025년 이후의 타이틀은 상세한 일정 없이 타이틀과 내용만이 공개됐다. 우선 2021년 선보인 동명의 만화를 기반으로 하는 ‘수퍼걸: 우먼 오브 투모로우’, 배트맨과 그의 아들 데미안 웨인이 로빈으로 등장하는 ‘더 브레이브 앤 더 볼드’, 준수한 평가를 받은 첫 편 공개 직후 시즌2 취소가 발표됐던 ‘스웜프 씽’. 세 작품이 영화로 선보이게 된다.
할 조던, 존 스튜어트 등 2/3대 그린 랜턴이 주역으로 등장한 ‘랜턴즈’, 원더우먼의 고향이자 아마존의 땅 테미스키라를 배경으로 한 ‘파라다이스 로스트’, 여러 미래 아이템을 가지고 현세대로 와 슈퍼 히어로로 활동하는 유머러스한 캐릭터 부스터 골드의 드라마 ‘부스터 골드’는 HBO 맥스의 오리지널 TV 시리즈로 선보이게 된다.
이렇게 시작되는 10편과 ‘블루 비틀’,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 등 총 12편은 DC 유니버스 챕터1 ‘신들과 괴물들(Gods and Monsters)’이라는 이름으로 묶인다.
‘슈퍼맨: 레거시’는 DC 유니버스의 첫 챕터의 출발을 담당하게 됐다. 중책을 맡은 만큼 작품 만듦새에 대한 기대와 함께 헨리 카빌의 슈퍼맨이 여러 작품의 만듦새와는 별개로 훌륭한 평가를 받았던 만큼 새로운 슈퍼맨의 모습 역시 우려가 함께 쏟아지는 상황이다.
헨리 카빌은 를 예고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제임스 건이 헨리 카빌이 슈퍼맨을 맡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DC 스튜디오는 DC 유니버스 계획을 밝힌 기자회견에서 헨리 카빌이 슈퍼맨에서 해고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슈퍼맨에 아예 선택되지 않은 것이라며 밝혔다. 새로운 슈퍼맨 영화와 관련된 루머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반대로 여러 논란으로 영화계 복귀 자체에 관한 부정적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던 에즈라 밀러는 ‘더 플래시’에서는 그대로 모습을 그러내게 됐다. 다만 향후 이야기에서는 그 모습을 보지 못할 수도 있다.
세계관에 영향받지 않는 독자적 작품성, DC 엘스월드
DC 엘스월드(Elseworlds)는 DC 코믹스에서 먼저 쓰였던 표현이다. DC 코믹스는 여타 북미 코믹스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작가들이 동일한 IP의 캐릭터를 가지고 이를 확장하거나 재해석한다. 이때 기본적인 틀은 유지하겠지만, 그 변화가 크다면 기존 설정과 충돌이 발생할 터. 엘스월드는 이러한 문제 없이 작가 자신의 역량을 새로운 이야기 위에 펼칠 수 있도록 캐넌(일종의 정사) 외의 타이틀이라 할 수 있다. 일종의 대체 현실, 외전, 평행세계 이야기 등이다.
프랭크 밀러의 ‘배트맨 다크 나이트 리턴즈’는 엘스월드 개념이 정식으로 설정되기 이전의 작품이다. 하지만 50대의 배트맨이라는, 연재되는 배트맨과는 다른 설정으로 세계관의 확장을 그렸고 비교적 고정되어 있던 배트맨의 설정, 인식을 뒤바꿔놓았다. 이에 프랭크 밀러의 대표작이면서도 엘스월드를 상징하는 작품 중 하나다. 그리고 이러한 엘스월드는 그 성과에 따라 캐넌에 편입되기도 한다.
캐넌의 설정과는 다른 이야기를 전달하는 개념은 영화, 게임에서는 익숙한 이야기다. 히어로 영화 최초의 황금사자상 수상작인 토드 필립스의 ‘조커’. 고담시의 응징자로 겨우 2년 뿐이 되지 않은 배트맨의 이야기를 다룬 맷 리브스의 ‘더 배트맨’ 모두 당대 핵심 줄기로 꼽히던 DC 확장 유니버스와 ‘저스티스 리그’의 이야기와는 완전히 별개의 이야기로 구분된다.
‘조커’의 속편, 총 3개 파트로 제작될 ‘더 배트맨’ 등에 관한 이야기가 꾸준히 오간 만큼 이들 작품은 기존의 성격대로 캐넌에 편입되지 않고 엘스월드라는 타이틀로 구분될 예정이다. DC 유니버스와는 다른, 지금의 독자적 분위기를 계속 유지하게 되는 셈이다.
이와 비슷하게 ‘수어사이드 스쿼드: 킬 더 저스티스 리그’ 역시 DC 유니버스와 타임라인을 일치시킬 수 없는 게임이다. 락스테디가 개발하는 이 작품은 배트맨의 이야기를 다룬 트릴로지 시리즈, 아캄버스와 세계관을 공유하는 타이틀이다. 자연스레 DC 유니버스의 새로운 계획 발표 전부터 개발이 이어진 이 작품 역시 엘스월드 타이틀로 구분될 것으로 보인다.
‘조커’, ‘더 배트맨’ 외에도 키즈 애니메이션 어워드에 다수 후보 지명되며 DC 코믹스와는 결이 다른 코미디를 그린 애니메이션 ‘틴 타이탄 GO!’도 엘스월드 타이틀로 구분된 작품이다.
게임도 영화처럼 DC 유니버스로, 게임 배역 목소리도 영화 속 배우가?
출시를 얼마 앞두지 않은 ‘수어사이드 스쿼드: 킬 더 저스티스 리그’는 엘스월드 합류가 예상되지만 다른 게임의 경우는 다르다. 새롭게 재편되는 DC 유니버스의 또 다른 핵심은 영화, TV, 애니메이션, 그리고 게임의 통일화다.
특히 사프란이 게임에 관해 직접 언급했고 DC 유니버스 내에서 개별 영화, 별도의 TV가 아니라 거대한 스토리텔링을 강조했다. 보다 상세한 예는 애니메이션 ‘크리처 코만도스’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실사 배우가 등장하기도 하는 이번 작품은 동일 배우가 실사 연기는 물론 목소리 연기까지 함께 맡는다.
게임 역시 비슷하다. DC 유니버스를 기반으로 하는 게임이 출시될 경우 실제 배우들이 목소리 연기나 페이셜 캡처를 맡고 이야기도 DC 유니버스 세계 안에서 통일된다. 다만, 그간의 사례를 통해 이러한 게임과 세계관 통일에 관한 우려 역시 함께 드러나고 있다.
게임이 영화, TV 시리즈 등을 홍보하는 수단 정도로 쓰일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로 많은 코믹스 기반 게임들이 동명의 영화를 기반으로 제작됐다. 그에 따라 영화의 예고편에 가까운 스토리만을 보여줬고, 만듦새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반대로 ‘아캄 어사일럼’으로 슈퍼 히어로 게임으로 긍정적인 새 기준을 새운 아캄버스. 플레이스테이션 최다 판매 속도 기록을 세운 ‘마블 스파이더맨’ 모두 특정 미디어를 게임으로 옮기는 데 그치지 않고 각자의 이야기를 새로 써 호평받은 작품이다. 이에 게임과 미디어의 통일성에 관한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한편으로는 이미 DC 코믹스에서 오랜 기간 캐릭터 연기를 선보인 성우들을 작품에서 지워버릴 수 있다는 비판 역시 함께 나왔다. 최근 세상을 떠난 케빈 콘로이는 배트맨의 성우로 장기간 활약하며 여러 배트맨 배우보다 먼저 손꼽히는 배트맨의 아이덴티티였다.
전 락스테디의 개발자 델 워커는 할리우드 배우가 할리 퀸의 목소리 연기자인 타라 스트롱, 혹은 전문 성우보다 나은 연기를 보여줄 것으로 생각할 수 없다며 DC 스튜디오의 정책을 비판했다. 또한, 목소리 연기와 할리우드 영화 연기는 다른 것이라고도 전했다. DC 스튜디오가 영화 계약과 함께 게임 목소리 연기를 함께 묶어 비용을 절감하려는 것 아니겠느냐는 의혹도 함께 드러냈다.
실제로 조커의 연기자인 마크 해밀은 스타워즈 시리즈의 루크 스카이워커 역으로도 유명하지만, 오랜 기간 성우 활동을 겸하며 이에 맞는 목소리 연기 경력 역시 높은 수준으로 이어왔기에 팬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었다.
단, 제임스 건은 슈퍼맨 이후 슈퍼맨 게임이 나오는 대신 2년 뒤 슈퍼걸이 나온다며 게임이 그사이의 이야기를 채워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세계관과 그 배경은 동일하지만 게임의 이야기가 오롯이 개발자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 권리 역시 언급했다. 결국, 게임과 DC 유니버스의 관계는 추후 개발될 본격적인 타이틀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제임스 건은 여러 작품의 각본가로 먼저 유명해졌으며 그중에는 스다 고이치의 ‘롤리팝 체인소’ 역시 포함되어 있어 게임의 영향력을 인지한 인물로 꼽힌다. 이에 팬과 업계의 목소리가 DC 유니버스의 방향을 어떻게 바꿀지도 관심가는 부분이다.
DC 유니버스, 그래서 우리는 볼 수 있을까?
제임스 건을 세계적으로 알린 계기가 된 작품은 단연 마블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다. 이에 그는 DC 스튜디오의 발표에서도 마블의 이야기를 종종 조합했다.
건 CEO는 가디언즈 안에서 라쿤과 천둥의 신의 만남이 우려스러우면서도 실제 조합이 꽤 흥미로웠던 것처럼 ‘월러’에 등장할 크리처 코만도스 멤버. 배트맨과 로빈이라는,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할 수밖에 없는 인물들을 중심으로 ‘더 브레이브 앤 더 볼드’에 등장할 여러 크로스오버 이벤트를 암시했다.
특히 마블에서 많은 점을 배웠다고 전하면서도 마블과 달리 완벽히 창조된 세계가 주는 장점을 언급했다. 마블이 뉴욕, 시카고 등 현실 도시를 배경으로 하는 것과 달리 메트로폴리스, 고담, 테미스키라, 아틀란티스 등 가상의 도시를 기반으로 자유롭게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보다 DC 유니버스가 더 많은 계획을 준비했으며 챕터가 큰 하나의 이야기를 전할 것이라고도 전했다. 그러면서도 시청자 중심으로 작품을 시청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있도고도 이야기했다. 캐넌의 연속성과 엘스월드 등 여러 개념 등 증명할 것이 많다고 전한 제임스 건은 DC 유니버스의 본격적인 시작인 ‘슈퍼맨: 레거시’를 시작으로 관객들이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하기도 했다.
다만, 마블과 달리 국내 팬들이 이러한 DC 유니버스의 세계에 온전히 빠져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디즈니가 직접 운영하는 스트리밍 서비스인 디즈니 플러스는 현재 국내에 정식 서비스 중이다. 이에 국내 서비스 구독자는 ‘완다비전’, ‘팔콘과 윈터 솔져’, ‘로키’, ‘호크아이’, ‘문나이트’, ‘미즈 마블’, ‘변호사 쉬헐크’ 등 모든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를 별다른 과정 없이 시청할 수 있다.
하지만 워너 브라더스 디스커버리의 HBO 맥스는 국내에 정식 서비스되지 않고 있다. 국내 스트리밍 서비스인 웨이브를 통해 다수 작품이 서비스됐지만, 근래 대형 시리즈인 ‘라스트 오브 어스’는 글로벌 흥행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내에 서비스되지 않고 있다. 이에 극장 상영이 이루어지는 영화와 달리 실사 TV 시리즈, 애니메이션 등은 제 시기에 보지 못할 수 있다.
반대로 기대되는 부분도 있다. 디스커버리가 워너를 합병한 이후 양사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합하는 계획이 준비 중인 만큼 직접 국내 서비스 역시 그려볼 수 있다. 본격적인 DC 유니버스 전개 이전인 2025년 이전 국내 서비스가 이루어진다면 DC 스튜디오가 그리는 다양한 작품을 무리 없이 함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출처: 인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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