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블 위딘, 고스트와이어: 도쿄 등 호러 게임 위주로 선보였던 탱고 게임웍스가 ‘2023 마소 & 베데스다 쇼케이스’에서 신작 게임을 깜짝 발표하게 됩니다. 그리고 어떠한 사전 홍보도 없이 발표와 동시에 출시까지 일사천리로 해버렸죠.
개발사의 이력을 생각하면 신작 게임도 당연히 호러 장르를 떠올리기 쉽습니다. 마치 중국집은 중식 위주의 신메뉴를 내놓는 것처럼요. 그러나 이런 예상을 깨고 탱고 게임웍스은 유쾌하고 밝은 분위기의 액션 리듬 게임 ‘하이-파이 러쉬’를 선보였습니다. 중국집에 갔더니 초밥이 사이드 메뉴로 나온 느낌이랄까요.
그런데 말이죠. 생각했던 것보다 초밥이 맛있습니다. 웬만한 일식 전문점에서 내놓는 것보다 더 맛있어요. 출시 일주일 만에 스팀 평가 5천 개 이상의 압도적으로 긍정적을 받을 정도이니 대중의 입맛을 확실하게 사로잡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탱고 게임웍스가 생각한 액션 리듬 게임 하이-파이 러쉬의 매력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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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의 벽을 허물다, 박자 못 타도 즐거운 리듬 게임
정말 재밌는 게임은 5분만 해봐도 느낌이 온다고 하죠. 하이-파이 러쉬가 그렇습니다. 눈길이 가는 카툰 렌더링 그래픽과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연출은 시작부터 게임 속으로 빠져들게 합니다.
특정 분기마다 나오는 애니메이션 연출 속에는 세계관 설정과 주인공이 처한 상황, 앞으로의 목표 등이 굉장히 자연스럽게 녹아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지루함이나 억지 설정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죠.
게임이 본격적으로 재미있어지는 순간은 주인공 차이가 사소한 실수 때문에 뮤직 플레이어와 합체할 때부터 시작됩니다. 게임 속 온갖 사물이 차이의 비트에 맞춰 움직이고 흥겨운 노래가 끊임없이 흘러나와 플레이어의 귀를 즐겁게 해주거든요.
사실 리듬 액션 게임이라 처음 소개했을 때 기대보다는 걱정이 먼저 들었습니다. 그동안 등장했던 대부분의 리듬 퓨전 게임이 좋은 결과를 보여주지 못했던 이유가 큽니다. 브레이스 유어셀프 게임즈의 ‘크립트 오브 더 네크로댄서’와 소니의 ‘파타퐁’ 등 소수의 게임 외에는 리듬 장르의 태생적인 단점에 가로막혀 빛을 발하지 못했습니다.
흔히 격투, 탄막 슈팅, 리듬 게임을 3대 고인물 게임 장르로 꼽습니다. “그게 보여요?”라는 공통적인 의문이 드는 게임들이죠. 입문 난이도가 타 장르보다 굉장히 높아서 어느 정도 재능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쉽게 즐기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래서 매번 하는 사람들만 하게 되는 취향 타는 게임으로 알려졌죠.
액션 게임도 난이도에 따라선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니 이 둘의 결합이 되려 독으로 남진 않을까 싶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게임을 해보면 이러한 걱정은 씻은 듯 사라지고 리드미컬한 액션, 색다른 전투를 눈과 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액션에 관해선 뒤에서 더 자세하게 다루고 먼저 하이-파이 러쉬의 리듬을 알 필요가 있습니다. 차이의 몸에서 뿜어지는 리듬은 활동의 근간이 됩니다. 다만, 이것이 차이의 행동에 제약을 걸진 않습니다.
예를 들어 ‘크립트 오브 더 네크로댄서’에서 리듬은 모든 조작에 영향을 미칩니다. 정해진 박자에 맞춰 캐릭터를 움직이고 공격을 해야 하죠. 엇박자는 아예 행동할 수 없습니다. 리듬을 타야 한다는 근본적인 룰에 충실하기 때문에 리듬 게임을 못하는 유저라면 답답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는 ‘파타퐁’도 마찬가지죠.
반면, 하이-파이 러쉬는 액션 게임을 뼈대로 두고 그 위에 리듬을 끼얹어 색다른 차별화를 노린 게임입니다. 따라서 모든 행동을 비트에 맞출 필요가 없습니다. 앞으로 움직이고 점프하고 때리는 모든 동작은 흘러나오는 비트와 상관없이 일반적인 액션 게임처럼 플레이어 자유 의지대로 할 수 있습니다. 과장 조금 보태서 리듬 게임을 전혀 할 줄 몰라도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소리입니다.
리듬은 플레이어가 특정 상황에서 캐릭터를 조작하거나 전투를 할 때 목표를 세워주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데빌 메이 크라이’에서 전투가 끝나면 전투 퍼포먼스에 따라 점수를 매기듯 이 게임도 전투가 끝나면 콤보 점수, 박자 타이밍, 클리어 시간을 합산해서 점수를 부여해주는데요. 높은 점수를 달성하면 도전 과제와 특전을 얻고 성취감을 만끽할 수 있는 정도에 그칩니다.
물론 반드시 박자를 맞춰야 하는 액션도 존재합니다. 특정 오브젝트를 활성화 시켜야 할 땐 리듬 게임처럼 박자에 맞춰야 하죠. 다만, 판정이 굉장히 후하고 무조건 퍼펙트를 맞출 필요는 없으니 정 어렵다면 연타만 해도 충분히 넘어갈 수 있습니다. 게임 내 팁에서도 박자 맞추기 어려우면 연타해도 괜찮다고 안내하고 있으니 기본적인 설계 자체가 리듬 게임을 못하는 유저도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귀로 듣고 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끼는 리듬
리듬 게임은 알맞은 타이밍에 노트를 맞출 수 있도록 주변 환경을 통제합니다. 정적인 상황에서 온전히 노트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주죠. 동시에 떨어지는 수많은 노트를 완벽하게 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인데요.
반면, 액션 게임은 정적인 상황을 최대한 배제하고 혼잡한 상황을 만들려고 합니다. 더 많은 적, 다양한 패턴, 복잡한 지형지물을 배치해 플레이어가 익숙해지지 못하도록 계속해서 변화를 추구하죠.
하이-파이 러쉬는 이처럼 극과 극의 환경을 보여주는 두 장르를 최대한 자연스럽게 섞어야 했습니다. 혼잡한 전투 상황에서 알맞은 타이밍에 노트를 맞춰야 하는 이중적인 어려움을 쉽고 간결하게 풀어내지 못한다면 대중성을 갖추기 어려웠을 테니까요.
탱고 게임웍스는 이를 굉장히 직관적이면서 간결하게 풀어냈습니다. 플레이어가 박자에 맞춰 움직이는 게 아니라 반대로 박자가 플레이어의 움직임에 맞춰 시작합니다. 긴박한 전투 상황에서 박자를 맞추기 위해 억지로 생각하고 움직일 필요가 전혀 없는 것이죠.
쉽게 예를 들면 차이가 적을 공격하는 첫 번째 공격이 리듬의 시작이 되고 이를 기준으로 정해진 박자에 맞춰 공격에 성공하면 완벽한 공격이 이뤄지는 방식입니다. 항상 리듬의 시작이 플레이어를 중심으로 맞춰져 있으니 박자에 맞춰서 억지로 공격 패턴을 찾을 필요가 없습니다.
첫 타격 이후 박자를 맞추는 방법도 굉장히 직관적입니다. 정신없이 바쁜 전투 상황에는 시야가 좁아질 수밖에 없죠. 하단에 박자 가이드를 표시해주긴 하지만 이를 보면서 때리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차이의 공격은 타격 한 번이 박자 한 번으로 정확히 맞아떨어지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약공격이 적에게 닿는 그 순간이 한 박자이므로 적만 보고 있어도 충분히 박자를 맞춰 리드미컬하게 때릴 수 있습니다.
정확한 박자를 맞춰서 공격할 때마다 청중이 환호하는 소리, 띵 하는 효과음을 들려주고 차이의 머리 쪽에 음표가 떠 시각적으로 한 번 더 알려줍니다. 주변에 특정 물건들도 차이의 박자에 맞춰 움직이고 이는 적들도 마찬가지니 게임 속 모든 요소가 박자를 알려주는 장치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이는 정신없이 흘러가는 전투 상황 속에서도 플레이어가 박자에 집중할 수 있게 모든 요소를 설계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리듬과 액션을 정교하게 섞어 차이가 명확한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잘 만든 시스템으로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리듬에 전투를 끼얹으니 즐겁다!
계속해서 리듬에 관해 얘기했으니 이번에는 전투를 살펴볼까 합니다. 액션 게임인 만큼 전투가 밋밋하다면 아무리 리듬이 재밌어도 이처럼 좋은 평가는 받지 못했겠죠.
하이-파이 러쉬의 전투는 지상 공격과 공중 공격, 지상에서 공중으로 연결되는 각종 콤보 공격과 패링 등 스타일리쉬한 3D 액션 게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다양한 전투 방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공격은 약공격, 강공격, 특수 공격, 동료 호출 네 가지 방법이 존재하며, 이를 적절하게 섞어 여러 콤보를 완성할 수 있습니다. 콤보는 상점에서 구매해야 하며, 정해진 입력대로 눌러야 하나의 온전한 콤보를 때릴 수 있는 방식이죠.
각 콤보의 끝에는 비트 히트라고 불리는 마무리 공격이 존재하고 정확한 타이밍에 박자를 맞추면 큰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물론 이 역시 정확한 타이밍을 맞추기 어렵다면 연타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기본적인 전투는 콤보 공격을 완성해서 적에게 큰 피해를 주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짧으면 3타, 길어도 5타 안에 콤보를 완성할 수 있으니 콤보 난이도가 어려운 편은 아닙니다. 다만, 큰 피해와 고득점을 위해선 정확한 박자에 맞춰 공격해야 하므로 이를 신경 쓰다 보면 생각보다 쉽진 않습니다.
전투에 변수를 더해주는 여러 장치도 존재합니다. 앞서 언급했던 동료 호출과 특수 공격, 패링, 회피 그리고 보호막과 Z실드 등입니다. 자칫 콤보 위주의 반복적인 전투가 될 수 있는 상황을 없애고자 추가된 시스템으로 생각하면 됩니다.
변수를 더해주는 이러한 시스템은 게임을 진행할수록 조금씩 해금 됩니다. 플레이어가 천천히 익힐 수 있도록 가이드를 잘 세워서 쉽게 이해할 수 있었고 적절한 난이도 곡선을 통해 너무 번잡하거나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적당히 익숙해졌다 싶을 때마다 새로운 게 등장하니 매번 색다른 느낌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었죠.
한편, 처음 전투를 했을 때는 익숙하지 않은 방식이라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박자를 맞추기 위해 신경 쓰다가 적 공격을 못 보고 맞거나 혹은 일반 액션 게임처럼 하다가 낮은 점수를 받기도 했죠. 멀티태스킹을 잘 못하고 박치라서 더 힘들게 느껴진 것도 있습니다.
그런데 게임을 하다 보니 전투에서 일련의 흐름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결국 적들도 리듬에 맞춰 공격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그때부턴 전투가 꽤 수월하게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모든 적은 공격하기 전에 박자에 맞춰 움직이며, 신호를 줍니다. 예를 들어 근접해서 칼을 휘두르는 적은 첫 박자에 팔을 들고 두 번째 박자에 자세를 잡은 뒤 세 번째 박자에 내려칩니다. 공격 전에는 특수 효과와 소리로 알려주니 타이밍에 맞춰 회피나 패링을 하기가 쉬워집니다.
물론 후반으로 갈수록 적들도 더 다양한 패턴, 많은 변수를 들고 나오니 마냥 쉽진 않습니다. 다행히 여러 난이도를 제공하니 액션 게임 혹은 리듬 게임에 자신 없다고 해도 매우 재밌게 즐길 수 있습니다. 어려움 난이도에 박자 타이밍 점수를 항상 B점 이하로 밖에 받지 못했어도 통곡의 벽처럼 느껴지는 구간은 딱히 없었으니까요.
하이-파이 러쉬는 극과 극의 장르를 어떻게 결합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우수 교보재와 같은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액션과 리듬 두 장르의 특징을 잘 살렸고 동시에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 액션을 못해도, 또 리듬을 못해도 게임을 즐기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도록 배려하고 있습니다.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과 주인공 일행에 못지않게 매력적인 보스들. 게임의 마스코트를 담당하는 귀여운 808 고양이 로봇과 각종 패러디 요소까지. 모든 것들이 게임 속 분위기와 정말 잘 어우러지면서 게임의 매력을 한층 더 높게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게임의 기술적인 완성도도 높습니다. 리듬 게임 특성상 프레임 드랍이 생기면 싱크가 맞지 않아 불편함을 겪을 수 있는데요. 특색있는 카툰 렌더링 그래픽 덕분에 게임의 퀄리티가 떨어져 보이지 않았고 최고 사양에서도 끊김 없이 안정적인 게임 플레이가 가능했습니다.
게임의 플레이 타임은 대략 9~11시간 정도로 3만 원대의 가격을 생각한다면 모자람 없는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게임을 즐기는 내내 지루한 부분이 없고 온전히 몰입할 수 있었으니 실제 체감 만족도는 더 높지 않을까 싶네요.
출처: 인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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