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이 잠들 때 개점해 찾은 이들의 수많은 이야기를 풀어내던 카페 ‘커피 토크’를 기억하나요? 한밤중 따뜻한 음료를 필요로 하는 외로운 사람, 마음이 쌀쌀한 그런 사람을 기다리던 카페, 2020년 시애틀 어딘가를 데우고 있던 카페가 3년이 흐른 뒤, 익숙한 그 모습 그대로 새로운 이야기와 함께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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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리뷰는 게임 스토리에 대한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 자리에 변함없이 있었던 그 카페
카페는 그대로입니다. 흐릿하게 비가 내리는 우중충한 시애틀의 하늘도, 어두운 밤거리를 밝히는 카페 뒤 네온사인도, 분위기 좋게 흘러나오는 재즈 음악도, 가장자리 칠이 살짝씩 벗겨진 바도 다 그대로죠. 손님들의 이야기를 모락모락 김이 올라오는 커피와 차만큼이나 따뜻하게 들어주는 바리스타도 말이에요.
하지만 카페에는 붉은 히비스커스와 파란빛 블루피를 담은 새로운 메뉴가 자리했고, 토모다칠에는 친구들의 소식을 좀 더 귀찮을 정도로 알 수 있는 스토리 기능이 생겼습니다. 아, 토모다칠은 전작의 토모다치입니다. 마치 오타처럼 묘하게 이름이 변경됐죠.
그리고 하나 더, 익숙한 초록 머리의 프레야 대신 뉴페이스 크리에이터 사티로스와 가수 밴시, 여기에 또 다른 외계인 친구가 카페에 드나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프레야와는 또 다른, 2023년 현재에 너무나 잘 들어맞는 새로운 고민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가득 가지고 한 밤 카페의 종을 울립니다.
물론 익숙한 단골손님들도 여전해요.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그들은 여전히 비범한 모습을 하고는 너무나 평범한 고민을 가지고 카페의 문을 열고 들어옵니다. 그 익숙한 모습은 이 카페가 3년의 시간 동안 여전히 시애틀 거리 한 곳에서 그들과 매일 마주하고 있었을 것 같은 느낌을 주죠.
하지만 그들 역시 아주 조금씩, 변화를 거쳤습니다.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면 주변 관계도, 일도, 그리고 사는 곳도 바뀌곤 하니까요.
여전히 우유를 싫어하고, 낡은 폴더블 핸드폰을 사용하는 조르지 경관은 여전히 딸과의 관계를 고민하지만, 그래도 이전보다는 조금 더 친밀해진 모습을 보여줍니다. 종족 때문에 부모님의 인정을 받지 못해 고민하던 한 커플은 이제 결혼식을 앞두고 서로의 의견을 조율해나가고, LA에 살고 있던 하이드는 시애틀로 이사를 오며 일에 대한 매너리즘으로 고민합니다.
어리게만 보였던 레이첼은 다른 사람의 고민을 충분히 들어주고 조언해 줄 수 있을 정도의 뮤지션이 됐죠. 머틀과 아쿠아, 갈라 모두 반갑고도 익숙한 모습이지만 자신을 둘러싼 현실에 대해, 관계에 대해 새로운 고민을 하고 있고요.
여기에 새롭게 등장한 인물들 역시 다른 이들처럼 자연스레 카페를 통해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그 과정에서 기존의 단골손님들과 교류하고, 조언을 얻고, 또 고통을 희석시키죠.
‘수많은 이종족들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라는 매우 판타지스러운 소재를 현재의 사회에 완벽하게 풀어낸 전작의 장점을 이번 작품에도 그대로 이어왔달까요. 현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평범한 사람, 특히 직장인들이라면 누구나 해봤을 고민, 걱정, 혼란스러움에 대한 이야기가 게임 속에 녹아들어 있습니다.
특히 이번에는 SNS와 급변하는 사회, 쏟아지는 콘텐츠와 자극, 그리고 그 사이의 인간이라는 23년 현재 가장 이슈가 되는 문제들을 참 자연스럽게 가져왔습니다. 새롭게 등장한 인물들의 배경을 통해서요. 그리고 그들의 고민을 듣다 보면, 이야기에 빠져들다 보면 참 다양한 선택지들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답이 아닌, 선택지를 말이에요.
그 카페에서 펼쳐지는 두 번째 이야기들
커피 토크 에피소드2를 플레이하다보면, 아니 플레이 버튼을 누르자마자 왜 이 게임이 커피 토크 2가 아니라, ‘에피소드 2’인지를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틀을 유지하면서 그 내부를 넓혔거든요.
시스템, 배경, 등장인물, 플레이어블 캐릭터, 심지어 카페의 불이 켜지고 그 날의 신문이 뜨는 오프닝 장면까지 전작에서 변한 게 하나도 없습니다. 커피 토크의 장점, 독특한 외형을 지녔지만 그 머릿속과 마음속은 우리와 너무나 비슷한 인물들, 그리고 그들이 풀어내는 이야기를 ‘듣는다’는 컨셉을 이번 작품에도 그대로 살려냈달까요.
다만 그 모든 것을 그대로 유지한 대신, ‘이야기’를 확장했습니다. 매번 카페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시작과 끝을 알리던, 사회자의 역할을 하던 프레야는 사라졌지만, 그 덕에 훨씬 다양한 군중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됐죠. 또한 각자의 이야기들 가운데 전체를 가로지르는 몇 가지 굵직한 사건이 겹쳐지면서 훨씬 정리되고 일체화된 스토리를 경험할 수도 있고요.
아, 그렇다고 아무런 변화가 없는 건 아닙니다. 손님들이 두고 간 물건을 맡아둔 뒤 적당한 타이밍에, 적당한 사람에게 전달할 수도 있고, 완성된 커피와 차를 아예 단독 컷으로 크게 감상할 수도 있어요. 여기에 아까도 언급했지만 토모다칠의 추가된 시스템인 스토리를 통해 손님, 친구들이 카페를 나간 뒤에도 어떤 일과 어떤 생각을 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짤막한 토막 비하인드가 생긴 느낌이죠.
그렇게 커피 토크 에피소드2는 큰 변화 대신, 아주 소소한 확장을 통해 조금 더 나아간 콘텐츠들을 포함하게 됐습니다. 메뉴판을 모두 갈아엎어 버리는 대신, 기존 단골들이 좋아하던 메뉴들은 유지하되, 좀 더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 처럼 말이에요.
덕분에 전작을 즐겁게 플레이한 유저는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다음 이야기를 음미할 수 있게 됐고, 반대로 처음 게임을 시작한 유저는 전작이 다룬 이야기를 궁금해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 균형도 나쁘지 않게 잡아냈습니다. 인물들은 그대로 이어지고, 그들 사이에 있었던 이야기는 남았지만, 어디까지나 메인은 ‘새로운’ 이야기와 관계니까요. 그리고 인물 간의 대화나 토모다칠의 프로필 기능을 통해서 전작의 내용을 어느정도 유추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물론, 당연하지만 가능하다면 전작을 플레이하는 걸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인물들에게 훨씬 더 공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야기 자체에도 깊게 몰입할 수 있거든요. 마침 전작도, 에피소드2도 모두 게임 패스에서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새벽 감성이라는 말이 있죠. 커피 토크 에피소드2는 그런 새벽 감성, 어딘가 우울하고, 들뜨고, 그러면서도 낭만적이고, 또 가끔은 눈물이 쏟아지는 그런 감성을 게임으로 그려낸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너무나 순식간에 변하는 세상에서 지나간 시간이 그리워질 때, 마음속을 따뜻하게 덥히고 싶을 때 필요한 그런 게임이랄까요.
그리고 매일매일을 열심히 살아가지만, 때로는 그 과정에서 부침을 겪고 있는 이들을 따스하게 보듬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타인의 시선에 상처받고 두려워하는 우리들, 현대 사회의 빠름에 간신히 적응해나가고 있는 우리들, 컴퓨터와 핸드폰으로 이어진 차가움 속에서 심장이 뛰는 누군가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우리들, 그 차가움에 상처받는 우리들을 말이에요.
출처: 인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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